그들의 순수한 환호는 이 세상에 기타를 치는 사람도 있고 시를 쓰는 사람도 있어야만 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아주 오래전부터 인정하고 있는 문화에서 자라난 것이었다. 고국을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문화가 형성될 여유가 없었으니까. 사람들은 정말 개떡 같은 형편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해야만 했으니까. 


그는 수업이 끝나는 대로 집에 달려와 기타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내가 누군지 보여주겠어!"


"바로 이거야! 수렁에서 헤어나는 방법은 수렁을 개무시하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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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만에 꺼내 읽었다. 소설의 힘은 위대하다. 그동안 억눌러 왔던 객기의 본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다. 얌전히 아니 이미 얌전히가 아니지, 재빨리 졸업에 매진해서 어떻게든 연내에는 취업을 해야한다는 생각들로 가득차있었는데, '그럼 나도...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때 다시 남미를..?' 라는 몹쓸 생각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 제약들이 마구 떠올라온다. 맞다. 역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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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불안들이 가슴속에서 불알처럼 흔들리자, 그는 헛기침을 강하게 뱉으며 끊었다. 좆도, 뭘 불안해해. 일단은 지금을 즐기면 돼.



경찰의 말투란 국제적인 규격이 있는 것만 같았다. 뉘앙스만으로도 '넌 무슨 무슨 법을 위반했으므로 고지하고 처벌을 내리겟다 어쩌고' 하는 내용일 것 같았다. 



"나미르는 스마트하고 섹시해. 이렇게 생긴 동양인 처음 봤어. 나는 이 남자를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야."
(순전히 부러워서 따라 쓴거임. 서양여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다니!!)



 

한 몇일 동안 일이 있어서 전혀 읽지 못했는데.

아 이야기가 점점 재밌어진다.

재미의 원인은.


내가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것.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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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진짜안와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상 (자음과모음,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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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남일은 '강한 자신감' 카드를 쓱 꺼냈다.

"흥, 내가 기타를 사겠다는 열망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미션 임파서블일지도 모르지만 무모한 건 아름답다. 고남일에게 당장 일자리 구하기 숙제가 시작되었다. 영국에서 미영을 다시 만났다을 때 뭔가 잘 풀릴 것 같았던 예감을 믿었다. 그것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줄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관광 비자론 일자릴 구할 수 없다는 말이 발목 부근을 꽉 붙잡고 있었다.
'어허, 내게 그딴 정해진 관념은 소용없다니까.'
고남일은 조금 더 커진 꺄르륵 롹정신을 사용하며 발에 달라붙는 팩트를 털었다.



"날 좀 써주시면 안 되나요? 알고 보면 불상한 사람이에요, 하는 태도론 안돼. 일하고 싶어 죽겠어, 날 쓸 거야 말 거야? 어서 일자릴 내놔! 하면서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훨씬 잘 먹혀. 런던에서 일자리 구하고 다니는 건 결코 비굴한 일이 아니라구. 간절한 눈빛보단 세련된 눈빛이 더 설득력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도와달라는 제스처보단 내가 그쪽 가게 일을 도와주겠다는 느낌으로 말해봐. 알겠지?"

미영의 충고를 들은 고남일은 태도를 싹 바꿔 어깨에 '강한 자신감'이라는 뽕을 잔득 주입했다. 그걸 한인 슈퍼에서 발견한 헝그리 정신과 합체시키자 뭔가 될 것 같은 물질이 생성되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상태로 돌아다니자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 더 많이 보이고 그동안 '지금은 자리 없어, 메롱' 하면서 고개만 젓던 매니저들이 '잘 왔어, 앉아봐' 하면서 적극적으로 인터뷰해주었고, 대화할 때 영어도 좀더 잘 들리고 잘 발음되는 것 같았다.




미영은 진심으로 펄쩍펄쩍 기뻐하는 것 같았다. 기뻐해주다니, 날 사랑하는 건가? 고남일은 생각했지만 단순한 오버일지도 몰랐다.








-> 이 소설 참 맘에 드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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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도 없고 돈도 없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생각했지만 문득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카드가 떠올랐다. 
'하고 싶으면 그냥 해보자고, 뭐가 걱정이야?'

 고남일은 기타 소리가 안 들어간 음악이 싫었지만 켄세이와 미영이 일어나 춤을 추자 금세 유쾌해져서 설렁설렁 몸을 흔드는 그 어색한 파티에 동참했다. 사랑하는 여자와 그녀의 남자친구와 그렇게 노는 게 옳은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미영과 함께 밴드를 다시 하게 될 날을 기다리면 된다는 기분이었다. 그냥 계속 마음으로 사랑하면 된다고 믿고 싶었다. 사랑을 잊지 않는다면 삶은 그런 기회를 한 번 더 줄것이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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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찾아간 교실에 들어서자 '스켈랏 요한슨'에서 '스'만 뺀 것 같은 외모를 가진 여자 선생이 고남일을 맞이했다. 보는 순간 영국은 참 좋은 나라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그러나 여전히 TV 뉴스나 드라마는 아무리 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고 미영이 자신과 다시 사귀길 원하는 건지도 감 잡을 수 없었다. 고남일은 그것들을 알아들을 수 있을 날을 기다리기로 했다. 열심히 하면서 기다리면 언젠간 올테니까.

언젠간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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