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 진짜안와 - 01

"몰라. 일단 떠나기로 했고, 장소는 런던이고, 그게 다야.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유들이 발목을 휘감아서 못 떠날 것 같아. 무작정 가고 보는 거야. 여기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치밀하게 계획된 어떤 것보다 즉흥이 아름다울 수도 있으니까. 똥 마려우면 싸면 되고, 떠나고 싶으면 떠나면 돼."


"어차피 인간은 한 번 죽는다고."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그 말이 주는 허무한 감상을 사탕 삼아 스스로를 위안했다. 죽는다, 라는 개념은 어쩐지 살 떨렸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이 과연 옳은지 아닌지 생각할 필요도 없게 만드는 위력이 있었다. '안 되면 나가 죽으면 되고'라는 생각이 가진 힘은 일말의 이성이 끼어들 틈조차 원천봉쇄했다. 정말로 궁극의 선을 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