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필사의 손부림 2012. 4. 18. 11:15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20418.22026191154

끝은 늘 또 다른 시작이다. 지난 3개월여간 온 나라를 시끌벅적하게 만들며 치른 4.11 총선이 끝나자 어느 사이엔가 대선 경쟁이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것이긴 하나 막상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속도의 정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리더는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정확하게 간취해 내야 한다. 공격할 때와 방어할 때를 알아야 하고 배제할 때와 포섭할 때를 알아야 한다. 타이밍 감각은 오랜 경험과 실전에서 다져진 동물적 감각의 총합으로 만들어진다. 최고의 리더만이 최고의 타이밍 감각을 발휘할 수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다음 날인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총선 후 정국을 이끌어갈 자신의 구상을 분명한 형태로 제시했다. '새 지도부를 구성해 당을 정상화하고 당무에서 손을 떼겠다. 자신은 민생 행보에 전념하겠다'. 눈부시게 빠른 속력행마요 포인트를 정화하게 짚어낸 민생행마다. 이로써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총선 승리뿐만 아니라 총선 후 정국운영의 주도권까지 거머쥐었다. 그것도 민생의 영역에서.

선거에서 패한 민주통합당이 선거 패배의 후유증에 시달릴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다.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비상대책위로 가야 할지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할지를 이틀씩이나 토론해야 결정할 수 있는가. 그것도 절충적 결론을 내리는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변수가 남아있는 한 새누리당은 마음 놓지 못한다. 그러나 새누리당보다 더 심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쪽은 민주통합당이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변수가 아무리 커도 그걸상쇄시킬 힘을 가진 박 비대위원장이 버티고 있지만 그런 든든한 버팀목을 가지지 못한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상임고문을 비롯한 대선주자들이 다 나서서 버텨도 안철수 바람에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민주통합당 쪽에서 안철수 조기 등판론이 먼저 나오는 이유다.

총선 후 정국을 보는 관전 포인트는 셋이다. 첫째 박 비대위원장의 민생 행보가 어떻게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가, 둘째 야권의 질서재편이 어떻게 안철수 변수를 야권 친화적으로 해소해 내는가, 셋째 새로 구성될 19대 국회에서 여야 어느 쪽이 더 국민 눈높이에 의정활동을 보여주는가이다.

앞의 두 포인트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것이므로 생략한다. 그러나 세 번째 포인트는 왜 이것이 중요한 포인트인지부터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세 번째 포인트는 언뜻 보면 별로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국회고 대선주자는 대선주자 아니냐는 생각에서 봐도 그렇고 대선 7개월을 앞두고 열리는 국회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서도 그렇다. 그럼에도 19대 국회 초반은 중요하다. 미래권력의 국가경영 상을 미리 내다 볼 수 있는 시험장이기 때문이다.

양 당의 원내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건 이들이 대선주자들의 의도와 구상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국회운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19대 국회 초반의 운영은 거의 전적으로 여야 대선주자들의 구상과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가 대선주자들에 대한 평가의 중요 항목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만약 19대 초반 국회가 새누리당의 잘못으로 파행적으로 운영된다면 박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의 대선주자들은 또 다른 종류의 심판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역으로 19대 초반 국회가 야당의 비합리적 태도로 파행된다면 그 부담 역시 고스란히 야권의 대선주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선주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당선자들이 모여 뽑을 원내지도부 구성을 당 지도부 구성못지않게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렇듯 선거 후 정국은 어느 것 하나 소흘히 할 수 없는 치열한 대선전으로 이미 접어들었다. 이 팽팽한 긴장을 어느 쪽이 더 잘 견뎌 낼 것인가. 이 또한 총선 후 정국을 보는 또 다른 포인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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