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528541.html
새누리당이 어제 성추행과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 처리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혔다. 당 윤리위에서 직접 조사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법적 공방과 학교 쪽의 입장이 정해진 뒤 결론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실망스러운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바뀐다는 말이 있는데, 꼭 그말을 연상하게 한다.
대부분의 비상대책위원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도덕성 논란을 빚고 있는 두 당선자를 출당 또는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새누리당이 선거기간 중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사건에 집중포화를 날린 것과 형평이 맞는 주장이다. 또 선거전에 성적 비하 발언을 한 후보와 논문에 부적절한 표현을 쓴 후보마저 공천을 취소한 취지와도 일맥상통하는 문제제기다. 워낙 상식과 합리가 발붙이지 못하는 정치판인지라 이런 일마저 신선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비대위를 주재한 박근혜 위원장이 조기처리론에 제동을 걸며 법적 공방과 학교 쪽의 결론이 나올 떄까지 기다리자고 매듭을 지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의 발언에서 "내가 한번 의견을 밝힌 바 있으니 더 이상 딴소리하지 말라'는 권위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새누리당의 결론은 형식논리상으론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상식의 기준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선거 전의 기준이나 야당을 비난했던 자세와도 맞지 않는다. 성폭행 피해 당사자인 동생의 부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라디오 방송에까지 나와 육성으로 생생하게 당시 정황을 증언하고 있는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법적 공방을 지켜보겠다는 게 민습과 호흡을 같이하겠다는 큰 정치인의 자세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김 당선자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지방언론특보단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 인사라고 하니 뒤끝이 더욱 좋지 않다. 문 당선자의 경우도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약간의 학문적 소양이 있는 사람이면 하루 만에 충분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라고 한다.
이제 국민들은 선거 이후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선거 앞뒤로 말이나 기준이 바뀌었는지, 선거 때 약속한 정책과 공약을 이후에 착실하게 지키는지가 가장 중요한 관찰 포인트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첫 시험대인 두 당선자의 처리 문제에서 점수를 잃었다. 민심은 항상 움직인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