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528354.html
수원 살인사건을 계기로 중국동포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범인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선족 혐오증을 뜻하는 차오포비아란 말까지 떠돌고 있다. 심지어 결혼이주여성 이자스민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자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로 인해 근거 없는 인종차별주의나 제노포비아가 고개를 든다면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다.
인터넷 공간에는 조선족을 모두 추방해야 한다느니 범인이 거주했던 지역에서 실종된 여성이 100명이 넘는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주장까지 나돌고 있다. 대다수 중국동포는 가족의 생계와 2세 교육을 위해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데 그렇게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극히 비이성적이다. 수년 전 버지니아 공대의 조승희 총격 사건이 일어나도 미국 사회는 한국 출신 집단을 비판하지 않았다. 개인의 범죄를 집단으로 모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역지사지해볼 일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강력범죄의 온상이라는 말도 근거가 약하며 부당하게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국내 거주 외국인의 범죄 발생비율은 내국인의 범죄 발생 비율보다 낮다. 범죄 건수와 증가율의 속도는 내국인보다 앞서지만 도로교통법 위반과 같은 경범죄가 다수라고 한다. 물론 범죄 예방을 위해 우범지역에 대한 치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외국인들을 사회적 이방인으로 만들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조처가 선행돼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는 것이 강력범죄와 함께 외국인 혐오의 주된 이유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부 업종에 한해 일자리를 잠식하는 측면이 있지만 전체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이들이 일자리를 채워주는 부분이 크다. 영세한 제조업이나 축산업 같은 분야는 내국인들이 일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 없이는 유지가 안 되는 상황이다.
거주 외국인 수가 140만명에 이르지만 특정지역 출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빈발하고 있다. 인종과 민족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회에서 단일민족이라 여겨온 고정관념으로 사람을 구별짓고 차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열린 사회의 적이다. 정부의 시혜적 전시성 정책 탓도 있다. 실업 등 서민생활 붕괴가 외국인에 대한 반감을 조장한다면 근본적으로 사회 양극화 해소로 풀 일이다. 동시에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차별적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