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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명로진 (타임POP,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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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먼저, 줄 바꾸기를 해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보다 독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는 여인의 심정으로 글을 써라. 그가 마스카라를 원하면 눈가에 검은 떡칠을 해라. 그가 노메이크업이 좋다 하면 기초화장만 해라. 

줄을 바꾸는 것도 문장의 첫 칸을 비우는 것도, 모두 읽을 사람을 위해서다. 형태를 바꿔 주면 읽기 훨씬 편하다. 



* 베껴쓰기

내게는 다소 고약한 버릇이 있다. 마음이 울적할 때나 몸이 무겁다고 느껴질 때마다 뜬금없이 물건들을 내다 버리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무언가를 버린다는 행위에는 명백히 자기 해방의 기능이 있는 것 같다.

이때 버려지는 것은 물건들만이 아니다. 그 물건과 얽혀 있는 앙금 같은 미련과 지키지 못한 약속과 남의 눈을 의식한 허장성세 따위가 더불어 깨끗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내가 정기적으로 내다 버리는 품목들 중에 주변의 지인들을 가장 경악하게 만드는 것이 책이다. 명색이 글을 써서 밥을 먹는다는 작가가 책을 내다 버리다니 욕을 먹어도 싸다. 하지만, 책을 내다 버리고 나면 엉뚱하게도 몸이 가뿐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가당찮은 정신적 해방감까지 맛보게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덕분에 내 자그마한 집필실의 책꽂이에는 언제나 빈 공간이 넘쳐난다. 책들로 가득 찬 서재는 매력 없다.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로 빈 공간이 자꾸만 책들을 갉아 먹어 끝내는 서재인지조차 모를 서재에 들어서게 될 떄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리라는 것이 내 허황된 꿈이다.

책을 내다 버릴 때 나의 기준은 극히 단순하다. 이 책을 다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다. 제 아무리 세계적 평판을 얻은 저서들일지라도 다시 들춰볼 일이 없다면 한낱 진열품이요 지적 허영심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내다 버려도 그만이다. 좀 더 잔혹하게 말하자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 나의 이 자의적이되 지극히 잔혹한 선별 기준을 만족시켜 주는 책은 오직 산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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