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31574281

'일본 지진, 국내에는 수혜.' 한 증권사가 일본 대지진이 터진 직후 내놓은 화학업종의 리포트 제목이다.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대일본 수출 경합주들의 강세 이어질 듯' 등의 표현만으로도 일본 사람들이 듣기가 거북할 수 있는데, 아예 '수혜'라는 표현까지 썼다.

수혜의 사전적 의미는 '은혜를 입음' 또는 '혜택을 받음'이다. 일본 대지진으로 한국의 화학업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심지어 '좋은 재료'나 'good news'를 뜻하는 호재라는 표현을 쓴 경우도 있다.

과도한 표현은 증권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재앙을 영화 제목을 빗대 자극적으로 표현했고, 일부 종교지도자는 대지진을 불신앙에 대한 신의 경고라고 강변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와 국회의 일부 관계자들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득실을 따지는 데 더 분주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냉철한 영향 분석은 당연하다. 하지만 분석 결과를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말하거나 글을 쓸 때에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일본 사람들이 이해득실만 따지는 표현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국제 사회에서 "한국은 경제적으로 좀 살 만하게 됐지만 국가 인격은 아직 멀었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우리가 일본 대지진을 너무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높아진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만큼 좀더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종현 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엔화가 강세로 갈 것인지 등을 따지고 있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에게 좀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과 일본은 진짜 이웃이 될 것이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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