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진 서강대 교수

새학기가 시작됐다. 매년 이맘 때면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연구실 문을 두드린다. 취업이나 진로와 관련된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주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취업 기회가 충분치 않은데다 그들의 고민이 좀더 일찍 시작됐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취업의 문호를 넓히는 것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다. 당장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그 과제를 담당할 수는 없는 일, 따라서 취업을 앞둔 학생들의 이른바 '경쟁력'에서 고민은 시작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오늘날 많은 학생이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서 주어진 커리큘럼에 따라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어느새 사회라는 정글에 나가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물론 최근의 캠퍼스는 과거와 다르다. 신입생들도 이른바 '스펙 경쟁'에 관심이 높다. 안타까운 점은 그것 역시 수동적이라는것이다. 남들이 하니까, 그것의 이유와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마치 대학입시를 위해 억지로 공부하듯 새로운 경쟁에 몰입한다.

뛰어난 어학 능력이나 자격증과 같은 스펙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자율적 선택과 판단을 위해 주어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분석하는 습관은 찾기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분석적이고 통계적인 마인드를 길러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계는 과거에 대한 축적된 정보이고, 현재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자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지표다. 통계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사회와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 의미이고, 그 속에 위치한 '나'를 읽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드시 기능적인 관점에서만 통계교육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인성적인 측면이다. 서구의 중등교육 과정에서 시행되는 통계교육은 바로 이런 점을 겨냥한다. 통계의 기술적인 측면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신의 실생활과 자신의 사회적 조건, 예를 들어 취업시장이나 기업의 활동, 그리고 국가의 재정 등에 관련된 통계들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함양이 통계교육의 목적이다. 이러한 통계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올바르게 대화하는 법이다. 통계를 통해 전체적 맥락을 읽어낼 수 있기에 '올바르게 대화할 줄 아는 소통형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의사를 우격다짐이나 폭력으로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으 ㄹ포함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 '소통형 인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자율적 판단을 위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분석하는 습관과 능력의 함양이다. 통계의 설득력이 강한 만큼 특정한 의도에 따라 '조작'될 가능성도 크다. 통계가 '사실'을 반영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자료들이 의도적으로 누락되거나 비교의 준거점이 엉뚱한 것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통계교육은 잘못된 통계들을 가려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왜곡된 논변에 휘둘리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통계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간주됐다.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통계 자료들을 만나면서도 통계를 남의 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통계를 잘 만드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통계를 읽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때 자녀들은 '경쟁력 있는 소통형 인간', 동시에 올바른 상황 판단을 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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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하는 '통계적 사고'라는 것이 이런것인가? 석박사 과정에서 사용되는 통계 방법 다시 말해, 통계적 방법을 활용한 사고 방식도 같은 맥락일까? 

통계는 확실히 얼마든지 의도적으로 조작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료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통계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전부터 관련 도서들을 읽어 보고 싶었는데, 조만간! 읽으시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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