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영화 2011. 8. 2. 10:59
고지전
감독 장훈 (2011 / 한국)
출연 신하균,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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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 안개 자욱한 애록고지의 풍경, 그 안에 자연스레 녹아든 배우들의 내공 <고지전>
http://www.cine21.com/do/review/article/typeDispatcher?mag_id=66773&page=2&menu=M080

고지의 주인이 수십번 바뀐, 가장 위태로운 전장의 중대장이 죽었다. 그것도 아군의 총으로, 강은표 중위는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러 악어부대가 사수하고 있는 애록고지로 떠난다. 그런데 이 부대, 뭔가 수상하다. 대원들은 갓 부임한 선임의 지시에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고, 춥다는 이유로 인민군복을 껴입고 부대 안을 돌아다닌다. 전쟁 중 헤어졌다 애록고지에서 재회한 강 중위의 친구 수혁은 "네가 여기서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없고, 알아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한다. 강 중위는 이들과 함께 지난한 전투에 참여하며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고지전>은 한국 전쟁영화의 통렬한 애국주의에 대한 짙은 피로감을 비집고 나온 영화다. 눈앞에서 동생뻘의 막내 병사가 피범벅이 되어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외면해야 하는 게 전쟁의 법칙이다. 감정을 죽이고 이성의 영역을 확장시켜 '전쟁 병기'가 되어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담아낸 <고지전>의 화법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한 여타 전쟁영화에서 점령하지 못한 미답의 고지다. 이 솔직함으로부터 영화의 시나리오를 맡은 박상연 작가의 그림자를 읽어내는 건 어렵지 않다. 매순간 선택의 딜레마에 처한 부대원들의 모습에선 <선덕여왕>의 선덕이, 인간 대 인간으로 교감을 나누는 남북한 병사들의 모습에선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소설 <DMZ>이 떠오른다.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전쟁영화엔 이질적인 서정성을 전하는 안개 자욱한 애록고지의 풍경과 그 안에 수증기처럼 자연스레 녹아드는 주조연 배우들의 내공이 결합된 무엇이다. 첫 블록버스터를 연출한 장훈 감독이 새로운 고지에 올라섰음은 분명해 보인다.

씨네21 평론 - <고지전> 의 ‘빨갱이’가 여전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은 이유
http://www.cine21.com/do/article/article/typeDispatcher?mag_id=66890&page=1&menu=&keyword=&sdate=&edate=&reporter=
뜨거운 감정을 피하려 했다는 장훈의 말은 유일한 여성 캐릭터를 기존의 전쟁물에서처럼 신파적으로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그러나 영화는 또 다른 함정에 빠지고 만다. <고지전>은 멜로의 신파적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은 차단하면서도 거기 존재하지 않는, 혹은 애초 성립 불가능한 멜로를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하게 될 것처럼 상정하거나 상상하며 인물들을 굴린다. 그때, 김옥빈은 남자들의 리얼한 영역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전쟁영화라는 장르적 영역에서도 불충분하거나 과잉인 채로 떠돈다. 그녀는 한마디로 추상적잉ㄴ 존재라고 말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가, 그리고 두 남자들이 이 추상과 마주할 때마다, 혹은 없는 걸 있는 것처럼 가정할 때마다 서사적 구멍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빨갱이'와 싸우는 대신 전쟁과 싸우려는 영화의 의중은 알겠지만, 그게 선악의 구분을 버리는 대신, 한쪽을 추상으로 마비시킨 결과라면, 과연 <고지전>을 한국전에 대한 새로운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씨네서울 리뷰 -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http://www.cineseoul.com/movies/review_view.html?cinemaID=41771&reviewID=1218&nowPage=1&options=&keyword=

치열한 전투와 전투 사이에서 소소한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의 생이 일거에 타 들어가는 클라이맥스는 <고지전>의 본체나 다름없다. 살아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일시적인 희망으로 부풀어오르다 이내 꺼져버린 광경은 전쟁기념비 속에 기록된 이들에 대한 감사보다도 분노해야 할 대상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젊은이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는 기득권들의 행태는 그 시절의 전장뿐만 아니라 오늘날 이 사회에서도 만연한 부조리와 다를 바 없다. 시대는 변했고, 상황도 달라졌지만 몰염치와 몰상식으로 시대를 지배하는 이들의 세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경계심을 부추기는 어떤 이들의 자극적인 멘트처럼 이 땅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나지 않은 전쟁에 대해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그 주적에 대한 적개심이 아니라 그 전쟁의 명분을 부추기는 우리 안의 어떤 입이다. 민족과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며 몸과 마음을 다 바칠 것을 강요하는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 입으로 세상을 움직인다. 그러니 기억해야 한다. 전쟁이란 승패의 기록이 아닌 생사로 기억돼야 하는 것임을, 승자와 패자가 아닌, 산 자와 죽은 자의 비극임을,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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